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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이런 거 R&D(연구개발)를 해야 되는데 근무 시간이 (주) 52시간. 기본(근무 시간)이 40시간, 연장해서 52시간. 근데 실제로 저 같은 사람도 요즘에 선거철 같은 때는 거의 일주일에 최소한도 100시간 가까이 뛰거든요. 그럼 나 과로사 안 하느냐. (중략) 토요일 놀고 일요일 놀고 하루에 8시간만 하고 과연 세계적인 (반도체) 기술을 앞설 수 있느냐.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대구 경북대학교 청년 토크쇼 (2025.4.20.)

저축은행적금금리비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달 20일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청년들과 만나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에 대해서는 ‘주 52시간제 예외’가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반도체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앞서가려면, 주말에 쉬고 평일에 8시간만 일해서는 역부족이라는 식이었다. 
김 후보는 중앙선거관위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도 ‘노사합 카투사 지원기간 의를 기반으로 주52시간 근로시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대선 후보는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반도체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업무처리 지침’을 내놓은 당사자다. 이 지침으로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 노동자들이 ‘주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됐다. 고용노동부 심사를 거쳐 재 국민주택기금 융자금 인가를 받으면 ‘주 52시간제 예외’ 기간이 최대 1년까지 연장되도록 했다.    
그 결과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이 “(고용노동부) 장관 회의 자료에는 ‘현장의 목소리’라면서 노동자의 목소리는 없고 노골적으로 기업의 요구만이 담겼다. 일방적인 노동부 내부 지침으로 근 신용회복대출 로기준법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멈추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의 발언대로 국내 반도체 기술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려면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일해야 할까.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 노동자들은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일해야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주 43시간 근무, 특별연장근로 전무한 S 대구현대스위스 K하이닉스, 삼성전자 영업이익 앞질러
그렇지 않다. 특별연장근로 신청 한번 없이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선 SK하이닉스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받은 고용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연구개발에 한해 특별연장근로 신청이 가능해진 2020년부터 현재까지 SK하이닉스는 특별연장근로를 단 한 차례도 신청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업무의 시작과 종료 시각을 노동자가 결정하는 제도다. 신기술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3개월 이내의 정산기간 평균을 냈을 때,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최대 52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주 40시간, 일 8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2주 또는 4주 단위로 노동자들이 업무 시작 및 종료 시각을 정하고 있다. 52시간 넘게 일하는 주가 생길 수 있지만, 2주 또는 4주라는 정해진 기간 안에서는 총근로시간이 늘지 않는다. 
지난 2월 20일 월간 노동법률에 게재된 <반도체사업장 노조들 “연구개발직 주52시간 적용 예외되면 구성원 모두에게 확대될 것”>이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에서, 김영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지금도 평균 주 43시간을 근무한다”고 말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연장 근로시간이 8시간이 넘으면 금요일에는 출근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말, 휴일 근무도 권장하지 않는다. 
김영문 수석부지회장이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예외를 포함한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SK하이닉스 노동자들은 그렇게 일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SK하이닉스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취지를 알 필요가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데는) 생산량 변동을 위한 대처 목적보다는 ‘일하는 방식을 바꿔 구성원들의 행복과 만족도 상승, 인재 유치, 구성원들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기업문화 형성’ 등의 목적이 더 짙게 있었다.” 김영미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정책기획본부장이 지난 2월 ‘광장의 요구에 반하는 반도체특별법, 문제를 말하다’ 토론회에서 발표한 발제문에 담긴 내용이다. 
이렇듯 주 52시간은커녕 주 43시간만 일하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1월 23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2024년 SK하이닉스 연간 매출은 66조 1,930억 원으로, 2022년에 최고점을 찍었던 매출을 21조 원 이상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23조 4,673억 원으로 반도체 ‘슈퍼 호황’이었던 2018년 수치를 초과 달성했다. 
특히 2024년 4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세계 4위)는 반도체 매출 기준 세계 2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앞지르기도 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SK하이닉스는 8조 828억 원으로 삼성전자의 6.5조 원보다 높았다. 삼성전자는 해당 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IT 제품 등 시장 부진과 R&D 등 비용 증가로 전 분기 대비 2조 7천억 원 감소했다”고 지난 1월 31일 밝혔다.    



SK하이닉스 올해 1분기 경영실적 자료. (출처: SK하이닉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삼성전자는 6.7조 원을 기록했지만 SK하이닉스는 7조 4,405억 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4일 실적발표회를 열고 “영업이익률이 8분기 연속 개선 추세를 이어갔다”고 자평했다. 
SK하이닉스의 이런 실적 호조는, AI 서버 메모리 수요에 대비해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에 미리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보다 영업이익이 분기 연속으로 뒤처진 삼성전자는, 근로시간만큼은 SK하이닉스에 비해 훨씬 길다. SK하이닉스가 ‘0번’ 신청한 특별연장근로 신청도 2023년부터 최근까지 25번 신청했다.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특별연장근로 인가기간이 6개월로 늘어난 뒤에도 삼성전자는 어김없이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월간 노동법률의 2월 20일 기사에서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은 “8시간 안에 끝낼 일을 10시간, 12시간 동안 한다. 회사에 오래 있어야 인사 고과도 좋고 승진을 잘하는 분위기다 보니 근로시간만 늘어나고 능률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박상희 sacha@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