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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치는 쳐다보던 옷 많이 그저 이상 으쓱인다.━

[더 인터뷰] 데뷔 60주년 송승환

“미리 대본을 읽었다면 단박에 거절했을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바로 나였다.”



배우이자 PMC프러덕션 예술감독인 송승환은 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았다. 그는 "시력은 나빠졌지만 못할일은 아무것도 없다. 기획도 할 수있고, 연기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올해로 데뷔 60주년을 맞은 송승환(68)은 자신의 여정에 대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삶의 대본”이라고 했다. “어느 순간 가파르게 곤두박질치기도 하고 ‘난타’처럼 계획대로 녹색성장관련주
착착 이뤄지기도 했다”면서 “내 삶을 드라마로 만든다면 너무 리얼리티가 떨어지지 않겠냐는 얘기를 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2일 그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서울 대학로 PMC프러덕션 사무실에서 송승환을 만났다. PMC 프러덕션은 우리나라 대표 넌버벌 공연 ‘난타’의 제작사다.
알려진 대로 그는 시력이 떨어져 장애 판정바다이야기다운로드
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기자와 눈을 마주치며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어갔다. 명함의 글씨를 정확히 읽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의 시력이 떨어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송승환은 “불편하지만, 불편함을 적응한 상태”라고 했다. 최근 의사 소견에 따르면 병의 진행이 느려져 그가 완전히 실명할 일은 없을 거라고 한다.
송승환은 1한성엘컴텍 주식
965년 KBS 라디오 드라마 ‘은방울과 차돌이’에서 ‘차돌이’ 역으로 데뷔했다. 당시 8세였다. 이후 연극 30여 편, 영화 20여 편, 드라마 70여 편에 출연하며 무대에 족적을 남겼다. ‘젊음의 행진’,‘가요톱10’,‘장학퀴즈’ 등의 MC로 활약하기도 했다.



송승환(브랜드스탁
오른쪽 3번째)은 1965년 KBS 라디오 드라마 '은방울과 차돌이'에서 '차돌이'로 데뷔했다. 당시 나이는 8살이었다. 사진 PMC프러덕션


공연 기획자로서도 역사를 썼다. 1997년 초연한 ‘난타’의 누적 관객은 지난해 말 155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뿐 아니라 61개국 326개 도시에서 현지 신 천지 게임
팬과 만나며 ‘K-퍼포먼스’ 상징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아 드론 오륜기, 증강현실 별자리 등 올림픽사를 빛낼 명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숱한 성공을 이뤘지만, 그의 표현대로 "가파른 곤두박질" 시기도 있었다. 방송가와 연극 무대를 누비며 ‘청춘스타’ 자리에 올랐다가 1985년 돌연 미국 뉴욕으로 날아갔다. 부친의 사업 실패가 가장 큰 이유였다. 송승환은 “화려한 전성기가 갑작스레 막을 내렸고, 나는 모든 것을 내던진 채 머나먼 뉴욕으로 떠났다”고 했다.
평창올림픽 이후엔 눈앞이 흐릿해졌다. 당시를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느닷없는 급강하가 시작됐다.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은 눈앞 30㎝로 제한됐다.”
공연기획자·예술감독 등 이름 앞에 여러 수식어가 붙지만, 송승환은 ‘배우’를 자신의 천직이라고 했다. “연기할 때 가장 순수해지고 연기에 몰입하는 순간이 좋다”면서다. 그는 자신의 60년의 여정을 정의하는 키워드로 ‘난타’와 평창올림픽, 뉴욕 시절과 함께 두 편의 연극 ‘에쿠우스’와 ‘더 드레서’를 꼽았다.



1981년 연극 '에쿠우스'에 출연해 '알런 스트랑' 연기를 하고 있는 송승환. 이 작품은 연극 무대에서 송승환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사진 PMC프러덕션


◇연극 ‘에쿠우스’
송승환은 1981년 연극 ‘에쿠우스’에서 말 일곱 마리의 눈을 찌른 17세 소년 ‘알런 스트랑’ 역을 맡았다. 그에게 1981~1985년은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5년"이었다. KBS ‘젊음의 행진’ MC, KBS 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 DJ’를 통해 주목받으며 눈코 뜰 새 없던 시절이다. 송승환은 “토요일이면 ‘에쿠우스’ 낮 공연을 끝내고 곧바로 KBS로 가 ‘젊음의 행진’ 생방송을 해야 할 만큼 바빴다”고 회상했다. ‘에쿠우스’로 송승환은 1982년 백상 연기상을 받았다.



1982년 영화 '갈채'에 출연한 송승환과 원미경. 사진 PMC프러덕션


이후 2009년 송승환은 같은 작품으로 돌아왔다. 그때의 배역은 ‘알런 스트랑’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 박사’ 였다. 그는 “연극 무대에서 송승환의 이름을 알린 건 ‘에쿠우스’”라며 “한 연극에서 젊은 주인공과 나이 많은 역할을 모두 했다는 것도 내겐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송승환은 연극을 ‘배우의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 무대에 올라가면 멈추지 않고 2, 3시간을 쭉 이어가는 연극은 배우로서 굉장히 매력적이다.”
◇뉴욕
1985년 그는 화려한 전성기를 뒤로 하고 뉴욕행을 결정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경제적 파산이었다. 하지만 그는 뉴욕에서의 3년을 "행복했던 시기"라고 했다. 그리고 "향후 ‘난타’ 같은 작품을 낳을 수 있었던 자양분이 됐다"고 돌아봤다. “워낙 바쁘게 살다가 시간적으로는 여유를 누리면서 공연과 영화 등을 마음껏 봤던 때”라는 것이다. 송승환은 “뉴욕에서 여러 작품을 보면서 대사 없는 공연은 상상조차 못 하던 내 안의 고정관념이 깨졌다”고 했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모습. 송승환이 제작한 '난타'는 1997년 초연 이후 누적 관객 1550만명을 돌파한 대표적인 한류 공연이다. 뉴스1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1997년 초연한 ‘난타’는 그에게 “계획대로 착착 이루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세세히 뜯어보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대사가 없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배우와 스태프에게 설득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해외 시장의 벽을 뚫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 특히 비용이 큰 문제였다. “친구를 설득해 그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며 친구로부터 ‘내 아내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라’는 간절한 부탁까지 받았다.”
2001년 9월 브로드웨이 진출을 위해 미국 순회공연을 시작했는데 9·11테러로 공연이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2003년 9월 브로드웨이의 ‘뉴 빅토리 극장’ 무대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마침 극장 예술감독이 1999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난타’를 관람한 적이 있었다. 그날 관객의 기립 박수에 대해 송승환은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완성됐다”고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송승환은 2015년 있었던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공모에 참가하지 않았다. “선배 및 동료와 경쟁하는 게 내키지 않았고, 심사위원이 외국인이라는 것도 못마땅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조직위원회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며 송승환에게 총감독직을 제의했고, 그는 수락했다.
당시 준비 과정을 묻자 그는 즉각 이렇게 답했다. “여러 가지로,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적은 예산, 예측 불가능한 날씨, 정권 교체에 따른 불확실성 등 곳곳에 암초가 널렸다.
송승환은 “여러 어려움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단 한마디 ‘올림픽이잖아’ 였다”며 “그만큼 올림픽이라는 이벤트의 무게감과 존재감이 컸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2018년 2월 폐회식 날 밤 드론으로 만든 마스코트 수호랑이 평창 하늘을 수놓았고, 그렇게 ‘난타’에 이은 송승환의 또다른 인생작이 완성됐다.



송승환이 데뷔 60주년을 기념해 출간 예정인 『나는 배우다, 송승환』 표지. 사진 뜨인돌출판


◇연극 ‘더 드레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송승환은 ‘난타’ 전용 극장이 있는 태국 방콕으로 날아갔다. 따듯한 곳에서 잠시 쉬고 싶어서였다. 그때부터 세상이 자꾸만 흐릿해 보였다. 문자 메시지도, 식당 메뉴판도 제대로 못 봤다. 귀국 뒤 병원에서 황반변성,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말을 들었다. 앞을 볼 수 없게 된다는 뜻이었다.
하루 펑펑 울었다. 그리고는 이내 어두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냈다. 문자 메시지를 음성으로 들었다. TV를 볼 때 자막 읽어주는 서비스를 전자 회사에 건의해 만들어냈다. 불편했지만 불가능은 없었다. “30㎝ 안쪽만 볼 수 있고 그 너머는 흐릿한 형태밖에 안 보이지만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며 “기획도 할 수 있고, 연기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송승환에게 이런 확신을 준 게 연극 ‘더 드레서’다.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영국을 배경으로 ‘리어왕’ 공연을 앞둔 노(老)배우 ‘선생님’과 그의 드레서에 관한 얘기를 다룬다. 공연 중 배우의 의상 교체를 담당하는 이를 드레서라고 한다. 2020년 그는 ‘선생님’ 역으로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섰다. “첫 공연을 실수 없이 마쳤고, 관객들이 내 눈 상태를 눈치채지 못했다. 눈이 나빠졌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아직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인생을 두고 “거절할 대본”이라고 하면서도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짓궂은 대본은 열린 결말이었고 송승환은 퇴장하는 대신 다시 무대에 서기를 택한 것이다. 시력이 약해진 이후 드라마(MBC ‘봄밤’, KBS2 '삼남매가 용감하게')에도 출연했다.
데뷔 60주년을 맞은 송승환은 여전히 분주하다. 당장 다음 달 11일 열리는 데뷔 60주년 사진전 준비에 한창이다. 책 『나는 배우다, 송승환』도 출간한다. 7월에는 뮤지컬 ‘정글북’을 내놓는다. 10월엔 지난해에 이어 그가 총감독을 맡는 ‘파주페어 북앤컬처’가 열린다.



송승환은 데뷔 60주년을 맞은 올해도 할 일이 많다. 그가 총감독을 맡고 있는 '파주페어 북앤컬처'가 10월에 열린다. 연말에는 연극 '더 드레서'로 무대에 다시 선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연말에는 ‘더 드레서’로 재차 무대에 설 계획이다. 그는 “내 마지막 꿈은 노역 배우로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어떤 배역이든 상관없다. 조연이라도, 작은 배역이어도 내 나이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