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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eatris Tisdale 작성일23-09-05 19:39본문
순영은 눈을 떠 봉구와 그 모친과 경주가 근심스러운 낯빛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양을 볼 때에 그만 눈물이 쏟아짐을 깨달았다. 봉구는 고개를 들어 멀거니 천정만 바라보고 있었다. 생김새가 이미 눈에 설고 이상한데다 색채 또한 그렇게 유색하여 얼른 보기에도 자못 이국정취적인 것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순영 씨께서 옛일을 다 뉘우치시고 새로운 참된 생활을 하실 결심을 하시었다니 내가 빌던 것이 이루어진 듯해서 기쁨니다. 그것이 자꾸만 슬퍼요. 내가 지녔던 모든 긍지는 이미 없어지고 말았어요. 마치 네 사람 소경 계집애까지 다섯 사람이다 은 일생의 모든 슬픔과 사랑하던 것과 미워하던 것과 그리워하던 것과 원망하던 것과 이 모든 가슴에 뭉치어 두웠던 감정을 한꺼번에 울어 버리려는 듯하였다. 실상 따지고보면 서울서 아무것도 한일이 없는 것을 생각하 니 여러 사람 앞에서 다시 한번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 었다. 나쁜 사람! 나쁜 선생님! 아득아득한 것을 참고 참고 오다가 봉구를 대할 때에 또 봉구의 얼굴이 하도 엄숙하여 조금도 부드러운 빛이 없음을 볼 때에 그만 팽팽 도는 듯 하다가 정신이 아득해진 것이다.
입을 여니 할 말이 무한히 많은 것 같으나 억지로 참고 입을 닫쳤다. 벌서 용서해 드린 지가 오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저 제가 과거에 잘못한 모든 죄를 용서해 줍소사고 . 다시 말씀합니다. 모든 것을 다 용서해 드리지요! 두 모녀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 말대답 하던 사내아이가 가엾은 듯이. 하고 사내아이가 손을 들어 가리킨다. 이 이상, 사나이기로니 어떻게 뻔뻔스레, 추근추근하게, 손을 끌든가, 말을 붙이든가 할 수야 있을 것이냐. 한가한 정거장순사와 역부들도 이 모녀를 마음 놓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마르면 다시 축여서 할 수밖에 없다고, 절반도 더 남은 일감을 식모에게 맡겨 놓고 옥영이 집을 나선 것은 열 두시 십분, 종로 이가에 있는 단골 양재점에 들 려서 며칠 전에 주문한 경숙이의 스커트가 됐느냐고 알아 보았다. 오늘 아침 전화로 예약해 놓고 제일 조용하고도 깊숙한 방으로 유 민호는 들어가서 정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르고 내리고 승객들의 무더기가 여기 저기서 물결치고 있었다. 한 사람의 지성인으로서 강석운이가 지금까지 지니고 있던 온갖 교양과 민주정 신은 완전히 멸각(滅却)되어 있었다. 복계까지 밖에 아니 가는 완행차라 삼등 객실 한 밖에 달지 아니한 이 차에는 이 정거장에서 저 정거장까지 가는 농부 승객밖에 없으므로 차가 정거장에 닿아도 극히 조용하였다. 봉구는 이리 돌아눕고 저리 돌아눕고 끝없는 생각의 줄을 이 갈래로 따라 가는 동안에 가끔 안방으로 흘러오는 말소리도 들었다. 『이년아 저리 비켜! 못난이! 그러고 그 동행하는 사람은 남자요…
미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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