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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메리카 파나마에 서식하는 흰머리카푸친은 꼬리감는원숭이속 가운데 유일하게 돌을 도구로 사용하는 종이다. 이들은 조개·열매 등 단단한 먹이를 먹을 때 돌로 내리쳐 꺼내 먹는다. 이처럼 ‘영리한 원숭이’들 사이에서 괴상한 행동이 관찰됐다. 같은 지역에 사는 다른 종인 고함원숭이의 새끼를 ‘납치’해 데리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이 원숭이들은 왜 다른 종의 새끼를 업고 다니기 시작했을까.
조이 골즈버러 독일 막스플랑크동물행동연구소 연구원은 흰머리카푸친의 이런 행동이 지난 2022코오롱인더 주식
년 파나마 코이바국립공원 히카론섬에 사는 한 무리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골즈버러 연구원과 동료들은 지난 19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은 논문에서 “15개월간(2022년 1월~2023년 7월) 히카론 섬에 설치한 86개 관찰카메라를 분석한 결과, 어린 흰머리카푸친 수컷 5마리가 총 11마리의 고함원숭이 새끼를 데리고 다닌 사례가 관알톤스포츠 주식
찰됐다”고 공개했다.



지난 2022년부터 15개월간 파나마 코이바국립공원 히카론 섬에 설치한 86개 관찰카메라를 분석한 결과, 어린 흰머리카푸친 수컷 5마리가 총 11마리의 고함원숭이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관찰됐다. 맨 왼쪽이 처음 ‘납치’ 행동을 보인 ‘조커’. 동진흥기업 주식
그라미의 색은 각기 다른 새끼들을 나타낸다. 조이 골즈버러/막스플랑크동물행동연구소 제공


원래 연구진이 이곳에 카메라를 설치한 이유는 흰머리카푸친의 석기 사용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런데 2022년 1월26일 ‘조커’라는 이름의 어린 흰머리카푸친이 등에 고함원숭이를 업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다나와 주식
. 입가에 흉터 자국이 있어 조커라는 이름을 얻은 이 원숭이는 이를 시작으로 4개월 동안 네 마리의 다른 아기 고함원숭이를 등에 업거나 품에 안아서 데리고 다녔다. 연구에 참여한 메그 크루풋 연구원은 조커가 마치 “장 보러 나온 사람이 가방에 치와와를 데리고 다니는 것처럼” 새끼를 데리고 다니면서 일상생활을 지속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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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행동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9일간 지속했다. 같은 해 9월이 되자 흰머리카푸친 무리에서 이 행동이 빠르게 퍼졌고, 조커뿐 아니라 다른 수컷 4마리도 고함원숭이 새끼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흰머리카푸친이 이렇게 데리고 다닌 새끼는 모두 11마리였는데, 나이는 생후 12일부터 4주까지 다양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고함원숭이 새끼들이 처음엔 건강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악화됐다는 점이다. 최소 4마리의 새끼가 영양실조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3마리는 죽은 뒤에도 흰머리카푸친에 의해 옮겨졌다. 새끼들에게서 상처나 포식의 흔적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흰머리카푸친이 새끼들을 ‘납치’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새끼들이 흰머리카푸친에게서 도망치려고 하면 강제로 저지됐고, 아기를 잃어버린 성체 고함원숭이들의 울음소리가 카메라 화면 밖에서 30분 넘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함원숭이 새끼들이 처음엔 건강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악화됐다. 아기를 잃어버린 성체 고함원숭이들의 울음소리가 카메라 화면 밖에서 30분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조이 골즈버러/막스플랑크동물행동연구소 제공





대부분의 고함원숭이 새끼들이 처음엔 건강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악화됐다. 아기를 잃어버린 성체 고함원숭이들의 울음소리가 카메라 화면 밖에서 30분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조이 골즈버러/막스플랑크동물행동연구소 제공


성체 고함원숭이의 몸집은 흰머리카푸친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이런 행동은 흰머리카푸친들에게 위험한 행동이었을 것이라 연구진은 추측했다. 서로 섭취하는 먹이도 다르기 때문에 먹이 경쟁의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유괴에 별다른 이득이나 보상도 없는데, ‘납치범’들은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연구진은 “맨 처음 이 행동을 한 ‘조커’는 새끼 고함원숭이를 공격하거나 무관심하지 않고 잘 보살피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다만 다른 개체들에 행동이 ‘전염’ 됐을 때, 이런 다정함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포식자에 대한 위협이 적고, 종 다양성이 낮은 섬 환경에서는 일종의 ‘지루함’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것이 혁신과 발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침팬지들 사이에서 ‘귀에 풀 꽂기’가 유행처럼 번졌듯이, 우연히 조커의 행동을 본 다른 흰머리카푸친들이 이를 유행처럼 따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