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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지난해 우리나라 서해에 떠 있던 플라스틱 원료 운반선. 각기 다른 나라에서 모인 4명의 외국인이 맨몸으로 돛에 올랐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플라스틱 오염의 미래를 거머쥔 ‘부산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 여기에 참석한 170개국 대표단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한 것.
문제민박사
는 시위를 계기로 수개월째 풀리지 않는 ‘출국금지’. 기한도 모른 채, 반년 가까이 낯선 나라에 머문 이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그러던 중 운명을 좌우할 첫 재판이 열렸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시위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단언했다. 여전히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오염을 종식할 유일한 기회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보조지표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활동가 4인과 그린피스 레인보우 워리어호 헤티 기넨 선장 등 5인이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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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활동가 4인과 그린피스 레인보우 워리어호 헤티 기넨 선장 등 5인에 대한 첫 공판이 진행됐다. 이들은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인근 해상과 선박에서 시위를 벌인 후 체포돼, 업무방해 및 선박 침입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영국, 독일, 멕시코 등 국적으로 구성된 활동가 4인은 지난해 11월 30일 부산에서 열린 용의 눈 게임
유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플라스틱 원료 운반선에 올라 12시간가량 시위를 진행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소속 활동가 4명이 지난해 11월 30일 부산에서 열린 유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간 정부간 협상회의(INC5)를 앞두손절매
고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인근 해상 LPG 운반선을 오르고 있다.[그린피스 제공]


시위 목적은 플라스틱 문제 협상을 위해 한국에 온 170여개국 정부 대표단에 생산 감축을 요구하는 것. 플라스틱은 석유 등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는 탓에,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또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아, 미세플라스틱 배출 등 오염 문제를 일으킨다.
활동가들은 돛대 위에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Strong Plastics Treaty)’ 문구가 적힌 배너를 펼치며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후 해경에 체포됐으며, 5개월가량 출국금지 상태로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한국 체류 기간이 연장되거나,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알 윌슨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액티비스트가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시위에 참여한 영국 국적의 활동가 알 윌슨(Al Wilson)은 재판 직후 헤럴드경제와 만나 “드디어 법원에 참석해 기일을 가지고 결과를 기다릴 수 있게 돼 안도했다”며 “재판이 더 이상 지체되지 않고 다섯 명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당시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실제 행동에 나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안전과 비폭력 원칙이었다”며 “우리는 메시지를 평화로운 방식으로,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이 지난해 11월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을 마련하는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 본 회의에서 케냐 어린이 ‘마일즈 카리우키’로부터 받은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주소현 기자


해당 시위가 한국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윌슨은 “활동은 한국이나 한국 정부를 표적으로 삼은 게 아니며, 협상을 위해 모였던 많은 리더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며 “생산감축에 대해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INC-5는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가진 협상안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애초 플라스틱 생산 감축 등 핵심 쟁점을 포함한 협약이 타결될 것으로 기대됐다. 이후 100여개국 이상이 협상안에 동의했지만, 일부 산유국 등이 반대하며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하지만 윌슨은 지난 시위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윌슨은 “100여개 국가가 생산 감축에 동의한 것은 큰 진전이며,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분명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그 목소리의 일부였고,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레인보우 워리어호 헤티 기넨 선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다만 한국 생활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윌슨은 “일도 할 수 없고, 일상적인 삶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시간은 매우 불확실하고 버거웠다”며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려 했지만, 때로 지치고 외로운 순간도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출국금지 직후 벌어진 비상계엄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 낯설고 두려움을 느꼈다”면서도 “계엄이 끝나고 평화로운 삶이 돌아왔으며, 비폭력이라는 원칙도 준수된 것을 보고 민주주의를 높은 가치로 생각하는 사회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알 윌슨(Al Wilson)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액티비스트가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그린피스 제공]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겪은 또 하나의 사건은 ‘대형 산불’. 윌슨은 기후 위기로 인한 실질적인 문제가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있었던 대형 산불은 기후 위기가 결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임을 보여주는 경고였다”면서도 “환경과 기후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시민들을 만나며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나타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8월에 개최될 속개 회의(INC-5.2)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할 중요한 기회”라며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해 공동으로 활동을 벌이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